
겨울은 참 묘한 계절이에요. 차갑고 쓸쓸하지만, 그래서 더 조용히 쉬고 싶어지죠. 요란한 축제 대신, 가만히 머물 수 있는 곳. 저는 이번 겨울 여행지로 전남 광양을 택했어요. 알음알음 입소문만 난 곳들이 많고, 북적이지 않아 혼자서 혹은 가까운 사람과 함께 조용히 다녀오기 딱 좋은 도시더라고요. 따뜻한 온천과 상쾌한 공기, 그리고 관광객이 많지 않은 숨은 명소까지.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광양의 매력을 담아 소개해드릴게요.
광양 온천에서 따뜻한 쉼을
광양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곳은 광양 온천랜드였어요. 한겨울이라 그런지 온천 생각이 간절하더라고요. 규모는 엄청 크지 않았지만, 오히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. 조용하고, 관리도 잘 되어 있고, 무엇보다 노천탕이 정말 좋았어요.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탕에 몸을 담그고 하늘을 올려다보는데, 겨울 공기가 코끝을 살짝 건드리는 그 느낌. 아, 이래서 다들 온천을 찾는구나 싶었죠. 물도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느낌이랄까요? 들으니 약알칼리성 온천수라 피부에도 좋다고 하더라고요. 피곤했던 다리도 싹 풀리고, 찜질방에서 땀도 쫙 빼고 나니 온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어요. 무엇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용히 힐링할 수 있었던 게 참 좋았어요. 혹시 하루쯤 머무르실 계획이라면, 백운산 자락 아래 조용한 온천 펜션도 많아요. 창문 너머로 산이 보이고, 밤에는 별도 뜨니까 꼭 추천드려요. 사람 북적이는 리조트보다 훨씬 좋았어요.
공기 좋은 산책길에서 겨울을 걷다
온천에서 몸을 녹였다면, 이젠 살짝 걸을 차례죠. 광양에는 느랏재 전망대라는 곳이 있어요. 이름만 듣고 별 기대 안 했는데, 올라가는 길이 참 아늑했어요. 가파르지 않아서 천천히 걷기에 딱 좋고, 중간중간 쉬는 벤치도 있고요. 무엇보다 공기가 맑아요. 겨울이라 공기가 더 투명한 느낌이랄까요? 전망대에 다다랐을 땐 말 그대로 속이 뻥 뚫리는 뷰가 펼쳐졌어요. 멀리 보이는 남해 바다, 도시, 그리고 그 위로 흐릿하게 퍼지는 겨울 햇살. 그 풍경 앞에서 저도 모르게 한참을 서 있었어요. 바람이 살짝 차긴 했지만, 이상하게 춥지 않고 맑고 깨끗한 느낌이 더 강했어요. 그 외에도 광양 와인동굴 주변 숲길, 섬진강 자전거길 같은 산책 코스도 꽤 많아요. 저는 잠깐 들를 생각으로 갔다가 걷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고, 음악 없이 걷는 게 더 좋을 만큼 조용했어요. 걷기 좋은 도시란 게 있다면, 광양이 그런 곳 같아요.
조용해서 더 좋은 광양의 비밀 명소들
사실 이번 여행은 일부러 사람 적은 곳만 찾아다녔어요. 그래서 들른 곳 중 하나가 광양 매화마을이에요. 보통은 봄에 매화축제로 유명한 곳이지만, 겨울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요. 섬진강 따라 흐르는 물결과, 그 위에 살짝 내려앉은 안개가 어우러지면 정말… 딱 수묵화 한 장이더라고요.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, 나뭇가지마다 이슬이 맺혀 반짝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. 관광지는 보통 뭔가를 ‘봐야 한다’는 압박이 있는데, 여기는 그저 머물기 좋은 장소였어요. 또 한 곳은 이순신대교 조망 명소. 이름 그대로, 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에요. 노을 질 무렵 방문했는데, 붉은 빛 아래 빛나는 대교와 바다가 정말 멋졌어요. 근처 마동 물빛공원도 산책하기 좋았는데,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공간도 있고, 벤치에 앉아 멍 때리기에도 참 좋은 곳이었어요. 그리고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땐 광양 중마도서관이나 문화예술회관에 가보세요. 작지만 조용하고 아늑해서, 따뜻한 실내에서 책 읽고 쉬기에 참 좋았어요. ‘광양이 이렇게 여유로운 도시였나?’ 싶은 생각이 들 만큼, 소소한 공간들이 꽤 많더라고요.
광양은 다녀온 후에도 마음에 잔잔하게 남는 여행지였어요.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, 그래서 더 마음 놓고 쉴 수 있었고요. 따뜻한 물, 맑은 공기, 사람 적은 풍경, 이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더라고요. 이번 겨울, 너무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아요. 복잡한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, 광양이 좋은 대답이 되어줄 거예요. 조용하고, 따뜻하고,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한 당신에게, 광양을 추천합니다.